강남역 헌책방엔 월든이 없다

 서울 한복판인데 서울답지 않은 시골에 사는 나에게

매주 토요일 강남역은 왠지 이상한 동네다.

20대 때 출몰했던 곳에 40대가 돼서 다시 나타나는 것은 이방인이 돼 낯선 땅을 걷는 듯하다.

아무도 모르는 추억 여행자가 된 기분

지난주에는 조금 일찍 나갔더니 버스에 사람이 많다.이상하다. 왜 평소보다 사람이 많지? 강남역에 사람들이 많이 내린다.

아, 강남역에는 토요일 10시까지 출근하는 사람이 많구나.

아무리 주5일 근무제라 해도 업무 특성상 토요일에 출근하는 사람이 당연히 있을 텐데 그럴 생각을 못했다.

역시 사람은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구나다시금 깨닫다.

버스에서 내려 천천히 걷다 보면 이런 킥보드도 많다.

너 왜 거기 있니?집과 지하철이 먼 누군가가 타고 와서 급하게 멈춰서 물건에게 말을 건다, 이렇게 혼자 상상하면서 사정을 봐본다.

10시에 가까워지면 사람들의 걸음이 점점 빨라진다.

바쁜 풍경 속에서 관찰자가 되어 바라보면 여유롭고 기분이 좋다.

여태까지 스백 쿠폰 많이 받아서 스백을 가고 싶은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는데

결국 스타벅스는 찾지 못하고 사람이 많을 것 같은 카페에 입장

역시 무인 주문도 많다.

과연 지각하지 않고 커피를 가져갈 수 있을까?

내 주문번호 477

맥락이 없는 네 자리 숫자는 포인트를 적립하는 사람의 전화번호 뒷자리인 것 같다.

옆에는 카페 구매 순위

이 카페 뭐지?자기 번호를 저기다 올려야 할 것 같은 이 초조함

커피를 사는 소비활동을 게임처럼 느껴지다니 참신하구나.그래서 여기에 사람이 많았나?

세 명의 직원이 끊임없이 커피를 만드는 에스프레소를 내는 직원용 빵류를 만드는 직원

각자의 포지션이 있다

현재 시간 10시

문득 눈을 들어 주위에는 많은 사람이 없어진다.

순간 아르바이트생의 손길이 조금 느려지는 듯한 공기의 흐름이 느껴진다.

드디어 다음 순서가 나~~아~ 한 잔 나오는데 거의 10분이 넘게 걸렸어.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끝에 아기가 나왔다.그런데 이 집의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느낌의 광고는 재밌었는데 무슨 광고인지 잘 모르는 느낌.

네이버에 검색해 보니 바나프레소 강남점 체인점이었다.

신기하다, 이런 체인점이 있을 줄 몰랐어.

서울특별시 강남구 역삼동 826-37 쌍용 플래티넘 1층

일정을 마치고 사고 싶었던 책이 있어 중고 서점으로 이동

월든이 읽고 싶어서 예스24 강남점에 검색해보니 없다.

조금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알라딘 중고서점이 하나 더 있어서 가보니

한 권 있다고 해서 열심히 찾았는데 영어책만 나왔어. 없다 없다 없다

이 필독서가 없을 리가 없잖아보통 많이 팔린 책은 중고책도 많은 법인데

강남역 사람들은 월든은 안 읽는 것 같아.

토요일 오후 2시 비가 오는 강남역 헌책방에서 결국 나는 경제를 경영하는 책 두 권만 샀다.

요즘 들어 자꾸 뭔가를 해야 된다는 압박감의 반작용인지

호숫가에 집을 짓고 유유자적하게 사색하며 살아온 철학자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쌓여 있는 택배 책이 이렇게 돌아가는 것도 신기하다.

작가가 쓰고 출판사에서 만들고 지류상에서 종이를 넣으면 인쇄소에서 찍고 제본소에서 만들어 창고에 입고돼 물류에 보내지고.

서점에서 누군가에게 팔려가고 다시 중고서점에 와서 다른 주인을 만나러 가는 책의 여정도 참 피곤할 것이다.

아니야, 어떻게 보면 읽혀서 팔리는 책은 행복한 거야

누구 집에서 자는 것보단 나을지도 몰라.

더 불행한 아이도 있고 창고에서 쌓이기만 해서 깨지는 아이를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난다.

그래도 당신들은 행복한 아이들네 집에 가서도 많이 읽고 사랑받는 책이 되어라.

중고서점에는 이런 코너가 있다.

손상이 너무 심한 책은 중고 서점에서 폐기 처분해 준다고 하는데, 재생지가 될 운명의 바퀴에서 건져낸 아이들,

여기서 이런 책을 봤다.

음, 이건 책이라기보다 게임?

가격은 천 원.오르칼리에중 체스, 게임, 다이아몬드, 게임, 기타 등등 많은 부속품들이 떨어져서 1000원에 판매

뭐지 이 콘셉트?과연 이 책이 팔리려니 하고 이 책을 만들었을까?

이 출판사 괜찮나?

책이 하나 나왔는데 그것도 품절이야.내가 다 억울해

자, 이제 참견은 그만 하고 집에 가자

●강남역 폭우상태

그런데 월든은 어디에 있을까.

아~ 가까운 가로수길에는 월동이 있구나~꼭 읽고 싶지만, 왠지 간직하고 싶다.

남들도 자기 뜻대로 책장에 고이 간직하고 싶은 책인 것 같다.

꼭 읽고 싶은 책이지만 지금 당장 쓰지 않고 남겨둔 책이 몇 권 있다.

아, 그 책은 바닷가 모래에 돗자리 깔고 선글라스 끼고 읽어야지, 쓸데없이 구체적인 책은 남산에서 읽어야지, 그 책은 우리 동네 작은 도서관이 다시 문을 열면 거기서 빌려서 읽어야지.

등등 그냥 나의 작은 소확행으로 만들어 두자.

이렇게 정해 놓고도 어쩌다가 참지 못하고 술술 읽어 버리는 일도 있다.

아내의 로망이 하나 깨졌어.별거 아닌 것 같지만 내 기억 속에 더 강렬하게 남기고 싶으니 참지 못해도 괜찮다.

그만큼 유혹적이었다는 거지

월든은 꼭 중고 서점에서 구입해 읽고 싶다.

이 책은 과연 어떻게 나를 찾아올까?

나에게 올해의 월든을 누구의 손에 들려 있을까?꼭 내게 와.

#왈든